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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

인공신장실 간호사, 할 만한가?

by 럭자 2024. 4. 16.

벌써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한 지 4년 차입니다.

 

보통 대학교 졸업 후부터 30대 초반까지는 '대학병원에 욕심이 생겨서, 능력을 쌓고 싶어서, 월급을 많이 받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보수가 센 종합병원 이상의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3교대로 몸이 상하고 아프면서 상근직 간호사를 찾아보게 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3교대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샌가 살이 쭉쭉 빠졌습니다. 식욕도 줄었고, 자고 또 자도 피곤함이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상근직 간호사에 대해 알아보던 도중 인공신장실 간호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인공신장실 간호사 모습
인공신장실 간호사 모습

인공신장실 간호사 업무

인공신장실 간호사로서 입사하면, 처음으로 보는 투석 기계와 마주하게 됩니다. 낯선 투석 기계와 친해지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업무입니다. 생소한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방법은 계속 부딪치는 것밖에 없습니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해보면서 손에 익도록 해야 합니다.

 

새로운 알람이 뜨면 무슨 알람인지 기억하고 다음에 그 알람이 또 울렸을 때 자신이 처리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교정을 한다'라고 하는데, 혈액투석 중에는 다양한 원인으로 기계에 알람이 뜰 수 있습니다. 알람이 떴을 때는 기계가 멈추므로 외부에 있는 혈액이 굳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공신장실에 출근하면 기계 전원을 켜고 테스트라는 단계를 거치기 위해 투석액과 bi-bag를 장착합니다. 투석액은 환자마다 다른 것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정확히 확인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헤파린이라는 항응고제를 끼우고, 환자에게 적절한 크기의 바늘을 준비합니다. 투석을 처음 시작한 환자들은 도관이 삽입되어 있어 카테터를 소독할 준비도 해놓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프라이밍이라는 단계를 거칩니다.

  • 클램프는 다 잠겨 있는가?
  • 돔에 끼우는 과정에서 올바르게 장착되었는가?
  • 물이 새지는 않는가?
  • 투석막과 라인을 연결할 때 삐끗하게 장착되지는 않았는가?

다음 사항을 재차 확인하면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기계를 꼼꼼하게 준비합니다. 기계 준비가 끝나면 환자들은 투석실에 들어와 정해진 침대에 눕습니다.

 

차례대로 인공신장실 간호사는 환자에게 'needling'이라고 불리는 혈관에 바늘을 찌르고 투석을 시작합니다. 환자들에게 컨디션은 어떤지, 저번 투석 후에 힘들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오늘 필요한 것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며 전반적인 환자 상태를 파악합니다.

 

 

인공신장실 간호사 장점

내가 인공신장실 간호사로 지원한 이유는 3교대를 하지 않는 점이 좋아서였습니다. 교대근무를 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이 가능합니다. 보통 '데이', '이브닝'이라고 불리는 일반 병동의 시간과는 다릅니다. '데이' 근무는 6시나 6시 30분부터 2시 30분에서 3시까지 합니다. '이브닝' 근무는 8시 30분에서 9시부터 5시 30분에서 6시까지 합니다. 화, 목, 토요일에 오후 투석이 없는 경우에는 오후 1시나 2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마다 근무시간에 차이는 있겠지만 인공신장실 특성상 이른 아침에 투석을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에 출근해서 남들보다 빠른 시간에 퇴근합니다. 따라서 오후 시간대를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고, 육아하는 엄마들도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과 비슷하게 퇴근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가 장점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인공신장실 업무강도가 세지 않고, 규칙적으로 정해져 있는 업무가 반복되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인공신장실 간호사 단점

인공신장실 간호사의 단점은 예민한 환자와 마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투석 환자는 최소 주 3회, 4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합니다. 며칠, 몇개월처럼 단기간만 치료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본 몇 년, 몇십년 동안 투석을 받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매우 예민하고, 까칠합니다.

 

게다가 병원 시스템을 신규간호사보다 더 잘 알고 있어 소위 말하는 '갑질'이나 '텃세'를 부리기도 합니다. 이럴 때 간호사는 환자에게 태움을 당한다고 느끼고 인공신장실을 떠나기도 하죠.

 

그러나 이것도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때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도 하고, 다른 간호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환자의 입장을 한 번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환자는 '우리 딸보다 더 자주 본다.'라고 얘기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보다 인공신장실 간호사를 더 자주 만나고 대화합니다. 따라서 환자와 신뢰를 쌓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시간에 이런 신뢰와 친밀감은 생기지 않습니다.

 

경험컨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봅니다. 환자와 간호사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대한다면 의료진에게 적대적인 환자일지라도 결국에는 우호적으로 대할 것입니다.

 

 

인공신장실 문화

인공신장실은 입구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합니다.'라는 문구가 아주 큰 글씨로 쓰여 있습니다. 투석을 받는 신부전 환자들은 만성질환자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감염에 취약합니다. 따라서 인공신장실은 수술실과 내시경실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됩니다.

 

이렇듯 폐쇄적인 부서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심적으로 힘들 수도 있습니다. 다른 간호사의 말을 빌리자면, '갇힌 곳에서 감시당하는 느낌이다.' 라고도 표현합니다. 어느 곳에 있든 누구나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간호사는 근무하는 동안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모두가 볼 수 있기 때문에 동료가 힘들어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줄 수 있고, 환자의 상태를 단번에 파악하고 처치할 수도 있습니다. 1명의 간호사가 정해진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근무 시간대 2~3명의 간호사가 팀을 이뤄 환자 10~13명 정도가 속한 구역을 같이 간호하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인공신장실 문화는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것보다 타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통해 함께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며...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못하더라도 배우려는 자세, 적극적으로 해보겠다는 자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려는 자세, 궂은일을 내가 도맡아 하겠다는 자세를 가진다면 아무리 폐쇄적인 부서라고 할지라도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환자가 다짜고짜 짜증을 내고, 화내고, 선배 간호사가 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모든 것을 내가 떠안고 가겠다는 생각은 내려놓고,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당연히 환자나 간호사가 도를 지나칠 경우에는 수간호사나 간호부장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날 아무리 건드려봐라, 꿈쩍하나'라고 수없이 다짐하며 차분하게 감정동요 없이 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환자랑 싸우기도 하고, 간호사와 마찰이 있어서 보고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쌓아온 태도가 저를 지켜준다고 느꼈습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주변에 도움을 구하세요.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할 방법 한가지는 꼭 찾아 그때그때 푸셔야 합니다. 인공신장실 간호사 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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