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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

대학병원 vs 개인병원

by 럭자 2024. 4. 24.

대학병원과 개인병원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학병원과 개인병원 두 군데 모두 다녀 본 간호사입니다. 제가 다니면서 느꼈던 차이점들과 장점과 단점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대학병원이라고 하면 자체 대학교가 있으며, 그 대학교를 졸업한 의과대학생과 간호과 대학생이 훈련하는 곳을 의미합니다. 병원 이름에 대학교병원이라고 붙으며, 입원 침대 개수가 많고, 진료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합니다.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조건에 충족해야 대학병원, 3차 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병원은 말 그대로 소수의 의사가 병원을 운영하면서 진료도 함께 보는 곳입니다. 그래서 진료과가 적고, 입원 침대 개수도 적거나 없습니다. 간호사로서 대학병원과 개인병원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중점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모습
대학병원 vs 개인병원

대학병원 vs 개인병원

저는 올해 4년 차 간호사입니다. 면허를 취득하고 첫해에 저는 대학병원에 원서를 넣고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사실 졸업 전부터 학점관리를 하고, 토익점수를 따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며 대학병원에 취업하겠다는 목표로 많은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에게 항상 듣는 말은 '그래도 이렇게까지 공부했는데, 대학병원은 가야지.'였습니다. 그리고 저도 간호사로서 좀 더 능력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대학병원에 취업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병원보다 대학병원은 급성기 환자를 치료하기 때문에 보다 희소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환자를 접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고, 의료의 질 수준이 높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개인병원에서 일하면 매일 비슷한 환자를 돌보며, 하던 일만 반복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이지만, 마치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한 것처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대학병원에서 멋진 간호사가 될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과연 정말로 그런 것일까요?

 

무조건 대학병원이 좋다?

저는 간호과 졸업 후 바라던 대로 대학병원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대학병원이 좋기만 했을까요? 사실, 합격한 대학병원에 이미 일하고 있는 선배 간호사의 말을 듣고 만만치 않게 힘든 직장생활이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업무강도로 인해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대학병원의 간호사는 보통 '웨이팅'이라고 부르는 대기기간이 있는데요, 바로 입사하여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부를 때까지 대기해야 합니다. 저는 4개월 정도 기다렸습니다. 4개월 후 병원에서 부서를 배정받고 1~2주 정도 교육을 들었습니다. 병원의 전반적인 정보, 전산 교육, 마음가짐 등을 공부하며 의학용어 시험도 봅니다. 짧은 교육 후 배정받은 부서에 가서 인사하고 본격적인 일을 시작합니다.

 

보통 인수인계를 받고, 프리셉터가 정해지면 1:1로 교육을 시작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다 보면, 독립할 때가 옵니다. 독립이란 프리셉터가 보호해 주지 않고 진짜 1명의 간호사의 몫을 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혼자서 환자를 돌보고, 처방을 거르고, 수행하고, 시술이나 수술 있는 환자를 준비하고, 주사를 재서 투약하고 간호기록을 작성합니다. 이렇게 일하다 보면, 점심도 거르는 것은 물론 8시간 근무를 훌쩍 넘겨 12시간 근무하는 것도 예삿일이 됩니다. 그렇지만 퇴근하더라도 질병이나 검사를 공부하기 위해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합니다. 그러다가 지쳐 집에 와서 잠들었고, 그다음 날 출근하면 또다시 화장실도 못 다녀올 정도로 바쁘게 업무를 쳐냅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면 예상했던 대로 철저한 교육을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항상 의료의 질이 높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쳇바퀴 굴러가듯 일상이 반복되고, 그곳에서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간다는 느낌도 듭니다. 무엇보다 3교대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져 오랫동안 근무하기가 버겁다고 느꼈습니다.

 

돌아간다면, 대학병원에 취업할 것인가?

그런데도 저는 간호과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대학병원에 취업할 것입니다. 3교대 하면서 체력적으로 버겁고 힘들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생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경험 삼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직접 겪어봐야 나에게 맞는 것인지,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신경외과 환자를 보더라도 심장외과나 내과와 협진하여 여러 가지 소견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간호사로서 다른 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술과 시술도 대학병원 내에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술과 수술 전 준비 간호를 직접 해볼 수 있으며, 예후도 직접 관찰하면서 수준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개인병원이나 종합병원에 비해 다양한 약물과 물품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조제법이나 물품 사용법을 배울 뿐만 아니라 익숙하도록 훈련하여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신경향을 반영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신 기계를 도입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기계를 다뤄 볼 수 있으며, 다룰 줄 아는 기계와 약물, 물품이 많아질수록 간호사로서 대우를 잘 받을 수 있으며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병원은 별로라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병원은 비교적 워라밸이 보장되고, 근무 강도가 낮기 때문에 수월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대근무가 아니라 규칙적인 근무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 선호도에 맞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